절기 이야기,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
귀농 후 맨 처음 접한 것이 절기이다. 도시생활에서 절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뉴스의 한 토막에 불과했다. 그러나 귀농 후는 달라졌다. 이웃들이 절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할 일을 정한다. 맨 처음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절기가 점점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농사와 절기. 너무 밀접하다.
경칩은 '봄철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경칩은 계칩(啓蟄)으로 쓰였다. 그러나 기원전 2세기 중국의 전한 6대 황제 경제(景帝)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황제 이름의 글자를 피해 쓰는 동양 전통에 따라 '계'자를 '놀랄 경(驚)' 자로 바꾸어 '경칩'이라는 말로 변경되었다.
농부들에게는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경칩은 흔히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것이다. 驚蟄. 놀랄 경자에 숨을 칩이다. 놀라서 숨는다는 뜻인데 역으로 놀라서 일어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니 동천경지(動天驚地)이다. 모두 잠에서 일어난다. 농부도 이제 잠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의 시작이다. 보리밭을 살피고 빈대를 잡기 위해 흙벽을 바른다. 그리고 감자를 심어야 한다. 농부는 이제부터 한 해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