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백설연차 제부도 연꽃 농장 스케치
비가 온다. 장마비다. 오늘이 49일째라고 한다. 아주 오랜 기간은 계속되는 비다. 오늘도 아침부터 한바탕 퍼붓는다. 그래도 좋다. 빗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비를 맞은 연잎은 푸르름을 더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꽃잎은 물을 먹고 축축 늘어진다. 꽃잎도 많이 떨어진다. 이를 어쩌겠는가. 모든 것이 새옹지마(塞翁之馬) 아니던가. 그렇다. 새옹지마다. 좋음이 있으면 나쁜 일도 따라온다는 것 아니던가. 연잎이 푸르러 좋으면 꽃은 떨어져 나쁨이 아니던가. 이 또한 자연의 순리일진대 어찌하랴.
비를 맞으며 연꽃농장을 거닐며 연들을 본다. 그리고 이들에게 지금 오는 비는 좋으냐고 묻고 혼자 흥얼거리며 거닐은다. 물이 차올라 장화를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은 젖는다. 또한 우산을 들었음에도 억센 비에 옷도 젖는다. 그 와중에도 꽃 향이 퍼져 온몸을 감싼다.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연꽃의 은은한 향은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 하루의 문을 연다.
지금의 연꽃농장의 연꽃들이다. 비를 흡벅 먹고 있다. 물의 무게가 버거워 머리를 숙인다. 그 반면 연잎은 푸르름을 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