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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타기] 판소리 흥부전을 생각하며 조롱박타기 by 농업테라피스트 차기설
작성자 백설연차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0-01-12 13: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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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30


박타기

흥부전을 생각한다.

조롱박을 탄다.

박하면 왠스리 흥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우선 떠오른다. 흥부전은 조선시대 한글로 지어진 소설이다. 연대와 작가는 미상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이지 않을까 한다. 판소리에서도 흥부전은 춘향가와 더불어 유명하다. 아주 악덕한 형 놀부는 부모님이 돌아 가시자 전 재산을 자기가 독차지하고 엄동설한에 흥부를 쫒겨낸다. 마음씨 좋은 흥부는 다리를 다친 제비를 치료해 주었는데 그 제비가 다음 해에 박씨를 하나 물어다 주었는데 그 박을 심고 박을 타니 그 속에서 각종 금은보화가 나왔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박을 타는 동안 나에게도 금은보화가 나올까 하며 기분이 너무 좋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제비 다리를 고쳐 준 적도 없으니 금은보화는 없지만 새해에 복도 많이 들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은 작업이었다.


조롱박. 이 박으로 우물가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시면 오장육부가 시원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거기다가 아주 어여쁜 낭자가 버드나무잎 하나 띠워서 얼굴을 반 쯤 돌린 모습으로 주면 더 더욱 좋을 것 같다. 아니 이것은 너무 고전극을 많이 보았나 보다.



여름에 박을 키울 때이다. 박에 솜털이 보슬보슬 피어 있다. 이 솜털이 지고 노오랗게 변하면 박이 익은 것이다.

톱으로 박을 탄다. 슬금슬금 톱질하세.

흥부가중에서 박타는게 나오는데 그 내용을 한 번 감상해 보자.

박이나 타서 박속은 끓여 먹고 바가지는 부자집에 팔아다가 목숨 보면해 살아갑시다. 홍부 내외 박을 한 통 따다 놓고 톱빌려다가 박을 탈제 "시르렁 실건, 톱질이야, 어여루, 톱질이로고나. 몹쓸놈의 팔자로구나. 원수놈이 가난이로구나.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일대 영화부귀헌디 이 놈의 팔자는 어이허여 박을 타서 먹고 사는냐. 에여루 당겨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 말고 밥 한 통만 나오느라. 평생에 밥이 포한이로구나. 시르렁 시르렁 당겨주소. 톱질이야"



흥부전에서 박에서 나오는 것이 무엇이냐. 첫째박에서 무엇이 나왔냐 하면 쌀과 돈이 우르르르 나왔다. 이 부분에서는 '돈타령'이 나온다. 쌀과 돈이 나오니 흥부 부부는 어땠을까. 절로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 것이다. 두 번째 박에서는 비단이 나온다. 세 번째 박에서는 사람들이 우르를 나와 새 집도 지어 준다.


흥부전을 생각하며 박을 열심히 탔다. 흥부가 제비 다리 고쳐 주고 뭉어다 준 박씨를 심어 박을 탄다.

"실근 시스렁 실근 시그렁 실근실근 톱질하세."


흥부처럼 열심히 박을 탔으나 돈과 쌀 비단은 없다. 그래도 이 순간이 행복했다. 이제는 박을 만들어야겠다. 탄 박을 무쇠솥에 넣었다. 이제 삶을 차례다. 이때 물만 넣지 말고 소금을 넣어여 한다. 소금은 그냥 대충 종이컵으로 반컵 정도 넣어 주면 된다. 소금을 안 넣고 삶으면 질기지가 못하다.



박을 삶는다. 무쇠솥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푹 삶아 주어야 좋은 박이 된다.



박 속을 빼낸다. 삶기 전에 해도 좋다. 도구는 수저이다.

박을 긁는다. '바가지 긁는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온 말이 아닌지 궁금하다. 바가지를 긁으니 바가지가 예쁘게 변한다. 속을 파내고 겉을 긁는다. 그야말로 바가지 긁는 것이다. 잔소리를 바가지 긁는다고 하지 않는가. 바가지 긁으니 박이 깨끗해 진다. 사람에게 바가지 긁는 것은 행동거지나 말투를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바가지 긁는 소리 잘 들으면 만사형통(?)일까.

속을 파내고 긁은 박을 깨끗한 물에 한 번 휑거준다.




방바닥에 신문을 깔고 손질한 박을 말려 준다.

잘 마른 바가지.




조롱박. 왜 조롱박이라 이름이 지어졌을까.

봄에 조롱박씨를 넣었다. 그리고 싹을 틔웠다. 그 중 아주 실한 놈 하나 골라 텃밭 귀퉁이에 심었다. 그랬더니 아주 잘 자라 주었다. 푸른 색의 박은 어느덧 노오란 색으로 변했다. 박을 딴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사는 재미를 쏠쏠히 주었다. 넝쿨식물의 왕성함과 넉넉함도 내 가슴에 주었다. 박도 주렁주렁 너무 많이 달려 이웃에도 왕창 300여개를 주었다. 남은 박을 탄다. 박을 타서 물을 마신다. 막걸리도 한 바가지 마신다. 연꽃차도 떠서 먹는다. 바가지를 끈에 매달아 벽에 걸어 놓으면 장식이 될 것이다. 조롱박에서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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